중년을 위한 나라는 없나?
제 21대 대선 사전투표를 했다.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니, 이번 대선도 '차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선거가 아닐까 생각된다.
정책과 공약에 의한 투명한 선거는 교과서에만 존재하는 이상향이다.
동화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 또는 환상 속의 동물 '유니콘'이 아닐까?
유력한 후보자(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들의 공약집을 보니 문득 '중년을 위한 정책은 없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를 대변하는 목소리는 왜 없는지 그것이 궁금해졌다.
어설픈 중년, '낀 세대'
나는 82년생이다. 올해로 만 43세.
청년층이나 노년층에 속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장년도 아니다.
어설픈 중년 쯤이라고 치자.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을 '에코세대'라고 부른다.
50년대생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자녀들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들답게 수십만의 또래들과 경쟁하며 성장했다.
옛 기억을 돌이켜 보면 경기도 양주의 시골 초등학교(그 당시엔 국민학교라 불렀다) 시절에도 학생수가 많아서 오전/오후반으로 나눠서 수업을 진행했으니, 얼마나 많은 동년배들과 경쟁했는지 단편적인 기억 하나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아래는 행정안전부에서 통계로 제공하는 2025년 4월 기준의 연령대별 인구 구성비 자료를 도표화 한 것이다.
40~49세 비중은 전체인구 5,117만명 중 15%인 760만명이다. 단순하게 10으로 나누면 나이별로 약 76만명 수준이다.
즉, 40대에는 760만표가 있다는 이야기다.
유권자수는 760만이지만, 실제 투표율을 고려하면 실질 표수는 더 작아진다.
직장에서의 팍팍한 삶에 찌들어 투표장으로 나가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노년층(?)을 살펴보자.
통상 노년층을 위한 정책은 만 65세 이상부터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60대 인구 780만명을 반으로 나눠 390만명이 65세 이상이라고 가정하면, 65세 이상 인구는 1,072만명이다.
게다가 투표율이 높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유효 표수가 40대보다 많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당연히 표가 많은 쪽으로 정책이 쏠리기 마련이다.
이제 청년세대. 20세 ~ 39세까지를 청년세대라고 명한다면 유권자수는 1,048만명이다.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은 만 35세까지 또는 만 39세까지로 다양하니 이들 모두를 유권자라고 가정하면 여기도 표가 많다.
정치인이라면 노려볼 만한 표밭이다. 게다가 청년층은 사회적으로 아직 약자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정책은 비난의 화살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단군이래 최고의 학력을 지닌 세대지만, 수십년간 지속된 저성장에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또다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청년세대. 그런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정책은 미래를 위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박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40대. 낀 세대.
어느 책에선가 80년대생들을 '낀세대'라고 표현한 것을 봤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흐릿해진 IMF 이후 과도기적 상황에서 '막내'로 시작한 직장생활.
'Z'세대로 표현되는 후배들과 '평생직장, 우리는 한가족'이라 생각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쏟아지는 일을 온몸으로 막아야만 했다.
우리가 막내일때 본 선배들의 모습과,
그때의 선배들의 나이가 된 나의 모습은 완전 다른 세상이 되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샌드위치의 토핑 같은 세대가 된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각 세대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그 시대를 살아왔던 이들에게 통계적으로 높게 나타난 성향을 표현해 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세대를 어설픈 중년 '낀 세대'라고 부르고 싶다.
21대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중년은 없다.
어딘가 있지만 내가 못찾은 것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중년'을 위한 정책은 없었다.
노인과 청년도 중요하지만, 경제의 허리라고 불리는 중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세대 마다 각각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이라면 '모든 국민의 고충'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언젠가 경제의 허리, 중년을 위한 정책을 가진 정치인도 나타나길.
그러기 위해서는 바쁘더라도 꼭 소중한 한표의 권리를 행사하시길.